『작은 형수요.』안으로 좀 들어가서 구석진 곳에 3평정도의 칸막이 사무실에 목조책상 하나 놓여있었다. 벽에는 청사진으로 그려진 각종 권법이 붙어 있었다.『계속 복용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어요. 병원도 순 엉터리드만. 어느 곳은 간이 부었다면서 애매한 간 조직검사를 하고 어느 병원은 위장병이라고 위장 검사를 하고.』거품이 채 가시지 않은 애란의 그라스에 계주인 혜정엄마가 반쯤 빈 맥주병을 꺼꾸로 쏟았다.『인정이 자네 그 심정은 공감하네만 이제 엎질러진 물 어떻게 하겠나. 모두 잊어버리게. 살다보면 또 다른 여자가 올걸쎄. 그때 재혼해서 살게나. 가출한 남자는 반드시 돌아오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네가 정신을 차려서 살아가야 하네. 자네 말대로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배곯지 않게 잘 먹여서 기르노라면 삶의 보람을 느낄 때가 반드시 올걸쎄.』『무슨 일이냐? 왜 또 손찌검을 하느냐?』그것을 본 사람들은 안타까운 듯 소리질렀다. 선장은 배의 시동을 끄고 머리가 깨져 떠오른 두마리의 멧돼지를 배위에 끌어 올렸다. 150근은 됨직한 큰것과 몸집이 작은 였다. 머리통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여자들은 외면을 했고 남자들은 군침을 삼켰다.민병두가 얼른 카운타에 지불하자 그녀는 더욱 미안해했다. 애란이 버스에 오르자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 유유히 사라졌다.『아니, 그 작자가 물속에 처넣는다고 죽을줄 것같아? 그래도 해병대 출신인데.』『아가씨. 그딴거 묻지말고. 전화번호부 새거 없소?』『여기가 어디라고?』『가난이 죄구만. 멀쩡한 처녀 버렸으니.』그는 막걸리 한 되를 더 시켜서 홧김에 정신없이 마셨다. 어지간히 취했을 때 그는 혼미한 정신으로 술집을 나섰다. 자꾸 감겨지는 눈 꺼풀을 치뜨면서 걸어가는데 저 앞에서 웬 사람들이 와 몰려오고 있었다.『어머니. 진정하세요. 이런다고 죽은 동호가 살아날리도 없잖아요.』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고 양록에서 은하시로 들락날락 하는 시외버스. 직행은 그냥 지나쳐 버리고 완행버스가 한 시간에 한번씩 있어서 은하 시내까지
『오작골에 살고 있어요?』『이 사람아. 좀 조용히 하게. 나원참, 보상금 중에서 10%씩만 뗀다면 몇억이 될걸쎄. 그 돈은 우리가 평생 벌어도 못벌고 생전 가봐야 만져도 못할걸쎄. 그 돈을 가지고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서 자리잡고 산다면 평생을 놀면서 먹고 살 수 있지.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본건데 수몰보상금계획서가 나오면 내가 잘 아는 대서방에서 다시 액수를 10%씩 깎아내리자는 거야.』『강도야! 사람살려!』익사 추정일 15일. 독살및 타살은 전혀없는 것으로 사료됨.『신우동 먼저 그곳 아닌가요?』그는 욕정인지 아니면 복수의 불길인지 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아니 이 밤이 새고나면 영원히 작별이 아닌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재결합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순간밖에 없잖은가. 그래서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어깨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주저할 것 없다고 생각하며 와락 끌어안았다.4인용 룸에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칸막이로 되어있고 벽에는 전라의 여자 사진이 요염한 모습으로 걸려 있었다. 그가 나체 사진을 보고 있을 때 애란은 무안한 듯 외면을 하고 있었다.『나원참. 모처럼 처갓집에 왔더니 별스런 놈들이 텃세를 하네.』『웬일이니?』『이리역 폭발때 난 죽는 줄 알았어요. 밤늦게 손님을 싣고 중앙동쪽으로 달리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택시가 가게 문을 부술 정도로 밀려났어요. 그리고는 암흑 천지였죠. 미사일이 떨어진 줄 알았다니까요. 차체는 좀 망가졌지만 다친데는 없었고 그 덕에 우리는 모현동 아파트에서 살다가 일루 옮겼지요.』그는 종택에게 의자를 권했다. 종택은 의자를 당겨 앉으면서 무얼 부탁하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종택이가 빠른 걸음으로 소방서 쪽으로 향했다. 잠자코 따라가보니 아방궁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것이다. 그는 가끔씩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새빨간 조명에 유혹을 받았는데 감히 출입할 마음을 갖지 못했다. 그것은 미군부대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나 양색시들만 드나드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